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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대퇴사Great Resignation'의 시대가 지나가고 '대잔류Big Stay'의 시대가 도래했다. 한때 직장인 10명 중 8명이 '퇴직 준비생'이라는 기사와 함께, 동료의 이직과 연봉 상승이 모임의 주된 화두였던 시절은 가고, 경기침체와 기업 실적의 하락으로 모두들 젖은 낙엽처럼 다니던 회사에 꼭 붙어있어야 하는 세상이 됐다.
.jpg) 대잔류 시대, '이직' 이슈는 사라졌을까? 대잔류 시대가 도래한 지금, '이직'은 더 이상 중요한 이슈가 아니게 됐을까? 필자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국내 대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공시한 자발적 이직률 통계를 보면, 전체 임직원의 20%에도 못 미치는 20대 직원들의 이직이 전체 이직 건수의 절반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성장이 멈춰버린 가파른 내리막 세상을 살아야 하는 젊은 직장인들에게 몸값 상승과 커리어 성장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이직은 여전히 매력적인 대안이다. 따라서 경기와 기업실적이 회복되면 대퇴사 시대가 언제든지 도래할 공산이 크다. 국민연금 데이터를 분석해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총 이직률을 추산한 필자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대퇴사의 절정이던 2022년도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평균 총 이직률은 26%에 달했다. 해고가 자유롭지 않은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상당수가 자발적 이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에게 있어 이직률 관리가 매우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시사한다. 높은 이직률을 낮추는 '보상구조' 만들기 기업의 입장에서 높은 이직률을 효과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결국 직원들이 왜 회사를 떠나는지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흔히들 직장인들에게 헤어질 결심을 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하면 많은 양의 일과 낮은 임금을 떠올린다. 물질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시대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보상과 복리후생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요소이지만, 직장인들의 이직의도를 근본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보상 수준뿐만 아니라 보상의 구조에도 주목해야 한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메타, 아마존 등 미국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경우 직원 전체 연봉에서 장기성과급(LTI)인 주식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스톡옵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스톡그랜트 등의 다양한 주식보상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특히 인재 리텐션 측면에서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직원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큰 의의를 지닌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정 기간 근속한 직원만 혜택을 볼 수 있는 가득Vesting 요건을 가진 주식보상제도는 핵심인재를 유지하는 주요 방법 중 하나다. 예컨대 구글의 경우 모든 직원에게 4년의 가득기간을 가진 RSU를 부여하며 이는 직원 연봉의 약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직원이 가득기간이 되기 전에 회사를 떠나면 부여된 스톡옵션이나 RSU가 취소되며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발적 이직을 억제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실제로 반도체 인재 전쟁 속에서도 엔비디아의 이직률은 주가 상승과 높은 연봉에 힘입어 최근 2.7%까지 낮아졌다고 알려져 있으며, 대만 TSMC의 이직률은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 기업에서 벌어지는 보상구조의 변화 이에 반해 단기재무성과에 기반한 현금성과급이 주를 이루는 한국 기업에서는 주식보상이 흔치 않다. 그러나 최근 일부 기업들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CEO와 핵심임원은 연봉의 300~500%의 스톡옵션이 부여되며 그 외에도 임원보상으로 스톡그랜트, 주가차액보상권(SAR), 성과연동주식(PSU) 등 다양한 주식보상이 사용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비정기적인 스톡그랜트를 지급하며, 현금 성과급(PS)의 일부를 자발적으로 자사주로 수령할 수 있는 주주 참여 프로그램에는 2023년 기준 총 5,600명에 달하는 상당수의 직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직원이 하이닉스 주식을 매입, 보유하고 있을 경우 매입금액의 15%를 현금으로 지원해 주는 주식매입리워드 프로그램을 운영해 직원의 주식 보유를 장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2022년부터 대기업 최초로 모든 직원에게 적용되는 사원 장기성과급제도인 밸류 셰어링Value-Sharing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주가차액보상권 개념을 이용한 직원 대상 장기성과급 제도로, 직원 보상의 일부를 회사의 장기주식성과(3년)와 연동해 직원이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이직할 경우 장기성과급을 받지 못한다. 한화그룹의 경우 파격적으로 긴 가득기간을 가진 RSU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2020년 CEO/부사장급에 처음 도입된 한화의 RSU는 2021년에는 전 임원에게, 2024년에는 팀장급 직원들에게도 도입됐다. CEO급에게는 연봉의 200%, 부사장급에게는 100%, 상무급에게는 최대 100%에 해당하는 주식을 매년 부여하며 팀장급에겐 팀장 수당에 해당하는 주식을 부여한다. 매년 부여 시 개인별 지급 약정을 체결하고, CEO급은 10년, 부사장급은 7년, 상무급은 5년, 팀장급은 3년 경과 시 실제 주식을 지급하게 된다. 삼성전자도 올해 초부터 임원들의 경우 단기성과급인 OPI의 50% 이상을 반드시 주식으로 선택하게 하고 있다. 실제 주식은 1년 뒤에 지급되며 지급 후 1년간은 매도할 수 없다. 이러한 보상제도의 진화는 저출산으로 인해 2030년 이후 급격히 감소할 청년 생산연령 인구를 고려할 때 매우 바람직한 변화이다. 다가올 노동시장은 '기업이 사람을 선택하는 시대'가 아닌 '사람이 기업을 선택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기업들은 인재전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보상제도의 변화는 물론, 주요 비금전적인 요인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직원 개개인의 성장을 돕는 경력개발, 업무의 자율성과 의미감을 제고하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 역량 향상을 위한 도전적 기회를 주는 리더와 탁월한 동료, 실패할 기회를 허락하는 조직 차원의 심리적 안전감 향상은 다가올 '일할 청년이 사라지는 시대'에 우리나라 기업의 가장 중요한 생존전략이 될 것이다. * 신재용 교수는 기아 주식회사와 DL이앤씨 주식회사의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2년 저서 《공정한 보상》으로 매경 정진기 언론문화상 경영경제도서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2023년 서울대학교 학술연구교육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삼성, SK, LG, 현대차, 롯데, 포스코, CJ, 현대백화점그룹, KB금융, 신한은행, 네이버 등 국내 유수의 기업과 아산병원, 삼성병원, 서울대병원 등 다수의 비영리기관에서 강연 및 자문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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