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지키는 ‘바운더리’, 우울감·번아웃 극복의 열쇠!
현대인들은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스스로를 지키는 ‘바운더리’, 우울감·번아웃 극복의 열쇠!
제호 : 2025년 2월호, 등록 : 2025-01-24 09:59:22



현대인들은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삶을 통제할 수 없다는 인식은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그 마음을 없애려고 스스로를 소진시켜 우울감에 빠지고 번아웃에 이른다. 하지만 불안함을 없애려는 노력이 과연 효과적일까? 현대 심리학에서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하는 방법은 '확실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함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세상은 예측할 수 없고, 빠르게 변화하므로 우리가 원하는 '확실함'에 이를 수 없기 때문이다. 

불확실함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는 현실을 직시하며 받아들이는 수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에서 가치 있는 것들을 지켜가겠다는 전념이 항상 함께해야 한다. 즉 나만의 방향을 세워주는 기준인 '바운더리'가 필요하다. 바운더리는 나의 가치와 노이즈를 구분해주고 소진을 예방하는 한계선이다. 이는 스스로에게 시간과 공간의 여유를 허용하는 물리적 영역일 수도 있고,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감정적, 인지적 처리 과정이 되기도 하고, 바깥세상의 자극으로부터 보호하는 사회적 기술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의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어 나가려는 직장인들이 스스로를 지키고 삶의 활력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바운더리 몇 가지를 소개한다.



힘든 감정과의 바운더리
사람이 살면서 불편한 감정과 마주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정상적이고 당연한 일이다. 감정은 우리 삶의 가치를 표면 위로 드러내고 그것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하게 한다. 예를 들면 직장에서 발표를 앞두고 느끼는 불안감은 나의 가치인 '커리어'라는 영역에서 성과를 이루고자 노력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렇다고 마냥 감정에 휘둘려 지낼 수만은 없다. 감정을 포용하되 조절과 적절한 해소로 이어지는 감정과의 바운더리 구축이 필요하다. 먼저 우울함, 불안함, 수치심과 같은 힘든 감정을 느낀다면 스스로에게 '내 안에 이러한 감정이 있구나, 그건 무슨 뜻일까?'라고 질문함으로써 그 감정을 알아채고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감정을 들여다보면 이해하고 포용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감정을 밀어내는 대신, 잠시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 거리를 두고 알맞은 시간에 적절히 해소해주는 감정과의 '시간적' 바운더리, 혹은 그 감정이 과연 타당한지를 돌아보는 '인지적' 바운더리를 연습하며 효과적으로 대응해볼 수 있다. 

이는 ▲과거나 미래로 가려고 하는 생각을 현재의 경험으로 불러들이기 ▲힘든 일이 생기면 바로 반응하지 않고 잠시 다른 일을 하거나 잠을 자고 다시 다루기 ▲불편한 감정을 당연한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피하지 않기 ▲소소하더라도 스스로에게 보상이 될 만한 즐거운 일들을 수시로 계획하기 ▲조직의 리더라면, 문제를 감정적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보고 해결방법 찾기와 같은 방법을 통해 연습할 수 있다.


달릴 때와 쉴 때를 구분하는 바운더리
필자는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매번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실함에 놀란다. 업무 효율성, 업무 처리 속도 등이 미국이랑은 비길 수도 없다. 그러나 그 성실함의 이면에는 업무로 인한 번아웃과 만성피로가 자리해 안타깝기도 하다. 일할 때와 휴식을 취할 때의 적절한 바운더리를 설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직장인이 업무와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기 어려운 데에는 사회적인 압박이나 조직문화도 배경이 되겠지만, 쉬면 도태된다는 두려움이나 과도하게 느끼는 책임감과 같은 심리적인 요인도 큰 몫을 한다.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우선이고, 나를 소모시키는 환경이나 업무로부터 시간적,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도 중요하다. 일과 적정한 거리를 두고, 스스로에게 휴식을 허용할 때 비로소 삶의 균형을 찾아나갈 수 있다. 

이제는 ▲일상에서 주기적으로 구체적인 휴식 일정을 세우기 ▲무작정 시간을 흘려보내는 '가짜 휴식' 말고, 목적을 갖고 쉬는 '진짜 휴식' 취하기 ▲혼자 무리하게 모든 업무를 떠안지 말고, 거절 또는 협업을 통해 업무량 줄이기 ▲상상력을 자극하고 일상에 재미를 더해 줄 '놀이' 찾기 ▲조직의 리더라면, 팀원들의 창의성과 효율성 발휘를 도울 휴식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등으로 일과 휴식의 바운더리를 연습해야 한다.


인간관계 안에서의 바운더리
관계에서 스스로가 소모됨을 느끼면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 즐거움을 못 느끼고 지쳐가는 '관계 번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 안에서도 바운더리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이끌 수 있다. 사생활을 침범하거나, 불쾌한 말을 하는 직장 동료가 있다면 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바운더리를 구축해 핵심적인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나와 전혀 다른 가치를 가진 동료들을 반드시 이해할 필요는 없으나, 업무 외의 대화를 피하고, 다름을 인정하고 불편한 상황은 피하는 등 적정한 바운더리를 만드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다른 사람을 바꾸려는 노력이 아니라, '내가 이 관계 안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있다. ▲상대방이나 조직의 잘못보다는 나의 니즈에 중점 두기 ▲둘러 말하지 않고 명확하고 간결하게 이야기하기 ▲과거의 잘못보다는 개선을 위한 미래 중심적으로 이야기하기 ▲의견을 말하며 사과하지 않기 ▲조직의 리더라면, 커피챗과 같이 팀원들과 오픈된 환경에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방식을 통해 직장에서의 바운더리를 구축할 수 있다. 

처음에는 '바운더리'가 낯설거나 어렵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운더리라는 보호막을 통해 스스로에게 친절한 마음을 갖고, 삶을 너그러이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를 부단히 괴롭혀 온 번아웃과 우울감에서 탈출할 수 있다. 바로 지금, 나를 지키기 위한 소소한 바운더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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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교수는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신경심리학과 정신건강의학 관련 주제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보스턴 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하버드대학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코넬대학교 등 미국 대형 대학병원의 임상수련에서 최첨단 치료법을 익혔다. 최근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음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강연과 도서 출간 등 심리학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대중과의 소통도 활발히 하고 있다.
김현 칼럼비아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 《바운더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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