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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이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변화하고 있다. 과거 노인 취급을 받았던 환갑 나이 60세는 더 이상 노인이라 불리지 않는다. 그러나 변화한 사회적 시선과는 달리 기업과 노동시장에서는 여전히 나이가 인사 결정의 중요 변수로 굳건히 남아 있다. 선진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있지만, 그중 노동과 관련된 '나이'가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일 것이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법정 정년을 60살에서 65살로 상향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그 배경에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바로 눈앞에 둔 현 사회가 있다. 실제로 2025년부터는 65살 이상 고령자가 총인구의 20%를 넘게 된다. 이러한 인구구조와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로 인해 노사정 모두 정년 연장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 고령화 시대, 정년제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정년은 고용의 계속 여부를 나이로 결정하는 전형적인 연공서열형 인사제도이다. 인사관리에서 나이만큼 분명한 것도 없다. 능력이나 성과는 누가,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나이는 그렇지 않다. 기계적으로 퇴직 나이를 정해서 그 나이에 다다르면 퇴직 시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매우 편리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방법이다. 구성원도 정년이 되면 퇴직해야 하지만, 역으로 정년까지는 회사에 머무를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 연공서열형 보상제도와 퇴직금 제도 또한 정년제도와 잘 어울린다. 정년에 도달할 때가 되면 임금은 거의 정점에 다다르니까 퇴직금도 최대한으로 가져갈 수 있다. 연공급과 퇴직금 제도 그리고 정년제도는 정년 55세 시절까지는 아무런 문제없이 잘 작동해 왔고, 노사 간에 의견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수 인재는 계속 고용하고, 그렇지 않은 인재는 빨리 내보내 새로운 인력으로 교체하는 것이 합리적인 인사관리지만, 정년 55세 시절에는 더 데리고 싶은 우수 인재가 있어도 그렇지 않은 인재와 함께 내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정년이 60세, 나아가 65세로 연장된 후에도 모든 구성원의 고용을 정년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기업 경쟁력에 비합리성을 넘어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정년 연장을 위해 넘어야 할 과제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며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김형석 연세대 교수나 이길여 가천대 총장처럼 유명한 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점점 사회 각 분야에서 나이와 무관하게 열정적으로 일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다. 나이와 관계없이 활발한 인생을 영위하는 것은 철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너무나 중요하다. 고령층의 활발한 사회 활동은 생산성과 비용 측면에서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래서 노사정 모두 정년 연장 자체에 대해 이견은 없지만, 각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속도와 시기, 구체적인 방법에서는 차이가 크다. 정년을 연장함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청년 고용 문제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개선인데, 두 가지 모두 정부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다. 정부는 청년 고용과 고령자 고용이 서로 경쟁 혹은 대체제가 되지 않도록 공공부문의 고용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역량 축적형 일자리와 역량 활용형 일자리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청년들에게는 일하면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업무에 대한 역량을 축적하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서울형 뉴딜일자리와 같은 형태가 예시가 될 수 있다. 고령자를 위해서는 역량 활용형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미 지역 자치단체에서 역량 활용형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대부분 돌봄이나 안전 관련 등 다소 단순한 업무에 치중돼 있어 공공부문과 지역 자치단체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또 다른 정부의 역할은 노동시장 정책인데, 이는 쉽지 않은 영역이다. 정년 연장이 되려면 필수적으로 노동시장에서의 이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으로 표현되는데, 유연성이 가지는 부정적인 의미가 많으므로 필자는 이를 노동시장의 건강성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노동의 공급 측면(근로자)에서는 건강성이 많이 좋아졌지만, 노동의 수요 측면(기업)에서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다.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 모두의 흐름이 원활할 때 노동시장의 건강성이 확보될 수 있다. 현행 노동법의 문제점도 노동시장의 건강성 관점에서 재점검해야 한다. 노동의 수요자인 기업 측면에서는 더 적극적인 인사관리의 변화가 필요하다. 65세 정년 연장의 시기와 방법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법이나 제도의 강제성을 부여하기 전이라도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특히 인사제도의 개선은 정년 연장을 위해서만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직무주의 인사관리의 도입은 이제 필수적이다. 속인주의와 직무주의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나 고령화 시대가 심화할수록 속인주의 단점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은 속인주의에 근간을 둔 인사관리는 하지 않는다. 인사제도의 변화는 매우 더디게 이뤄지고, 노동조합과 근로자의 저항이 크지만 한편에서는 인사제도 혁신에 성공하는 기업들의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큰 무리 없이 직무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 직무주의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이제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정년 65세도 너무 이르다는 주장이 조만간 나올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참에 정년제도 자체를 아예 폐지하는 정책 방향을 고려해볼 만하다. 전문성이 있고, 일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건강이 뒷받침된다면 일흔이나 여든이 아니라 100세에도 자신의 분야에서 일하는 사회를 그려본다. * 유규창 교수는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에서 인적자원관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인사관리학회와 한국윤리경영학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최근 저서로는 《적소적재 : 공정한 한국사회를 위한 직무주의 HR 이론과 실천전략》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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