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바에 따르면 2023년 노동청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무려 11,038건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중 약 33%인 3,623건이 법 위반 없음으로 처리되고, 21%에 달하는 2,301건은 취하됐다. 법 위반 없음이나 취하된 신고 중 상당수는 악의적 신고 또는 부적절한 신고, 즉 신고 남용일 가능성이 높다.직장 내 괴롭힘 문제 중 쉬운 것이 없지만, 이런 신고 남용은 특히 적정한 예방이나 대응책의 수립과 실행이 어렵다. 우선, 남용된 신고의 이면에 위치한 신고인 개인의 의도나 의지는 내면의 일이므로 기업이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고, 법상 신고인은 특별한 보호를 받으므로 징계 등 인사 조치를 하는 데 근본적 제약이 따른다. 조사 및 조치 과정에서 신고인에 대한 과도한 공감 또는 피신고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 신고를 각하·기각하거나 신고 남용에 따른 책임을 신고인에 추궁할 때 예상되는 반발과 그로 인해 초래될 위험을 과대평가하는 심리적 편향을 극복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다면적 관점 vs. 일면적 관점 신고 남용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과 HR담당자는 신고인의 악의와 부정적 효과가 다양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바탕 하에 기업의 건전한 기업문화 달성을 위한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는 관점을 지녀야 한다. 이런 다면적多面的 관점은 신고 남용을 올바로 대응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다면적 관점을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모든 신고 남용을 친親신고자 아니면 반反신고자로 치우쳐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근시안적 기업과 HR담당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다면적 관점과 대비되는 일면적一面的 관점이라 할 수 있다. 다면적 관점을 좀 더 구체화하면, 신고 남용을 신고자의 악의 정도와 부정적 영향 강도를 기준으로 '악의적 신고'와 '부적절한 신고'로 분류하고, 각각의 특성과 기업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대응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악의적 신고 음모적 신고, 반복 공격적 신고, 허위 신고 악의적 신고는 피신고인을 해하려는 악의를 가지고 신고를 그 악의의 실현 도구로 삼는 경우다. 그 자체가 불법행위이므로 신고인은 법적 책임까지 질 수 있다. 그 행태에 따라 다시 음모적 신고, 반복 공격적인 신고, 허위 신고로 세분된다. 먼저, 음모적 신고는 다른 기업 구성원을 해하기 위해 사실관계 왜곡까지 감수하면서 다수의 구성원이 집단적·조직적으로 합심해서 하는 신고다. 집단성, 비윤리성, 기업문화에 미치는 강력한 부정적 영향 때문에 모든 신고 남용 중 가장 비난의 여지가 크다. 가령 평소 갈등 관계에 있는 팀장을 상대로 팀원들이 오래전 대화, 잊혀진 사건까지 모두 끌어 모은 후 왜곡해서 집단적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실제 사례 중에는 회식 자리에서 본인이 했던 "우리 팀은 무조건 입사 순이다" "내 밑으로 다 줄 세울 거다"라는 발언을 팀장의 발언으로 뒤집어씌우는 등 팀원들이 집단적으로 팀장에 대해 허위 신고를 한 경우가 있다.1) 이 사건에서는 신고 대부분이 허위이거나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됐다. 음모적 신고는 노골적 악행이고 발각되면 신고인들에게도 법적 책임이 돌아갈 수 있어 흔하지 않다. 따라서 집단적 신고를 근거 없이 음모적 신고로 몰아서는 안 된다. 음모적 신고는 한 가지 언행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난 여러 언행을 문제 삼고, 조직적 모의에 따라 조사 과정에서 입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이런 속성 탓에 조사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 낭비가 일어나고, 모의가 이루어진 SNS 텍스트 메시지 등 결정적 물증이 드러나지 않으면 진상을 밝히기 어렵다. 다음으로 반복 공격적 신고다. 이는 외관상으로는 피신고인의 직장 내 괴롭힘을 지적하고 시정과 대응을 요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피신고인에 불이익을 주거나 부당한 개인적 이익 달성을 위해 반복적·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는 신고를 말한다. 이런 신고인은 문제 행위와 약간이라도 관련된 직원들에게 모조리 신고, 고소, 진정 등 법적 조치를 감행하며 분쟁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수차례 노동청에 동일 신고를 반복하는 사례, 본인에 대한 인사조치에 불만을 가지고 여러 명을 싸잡아 신고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노조간부이던 직원이 취업규칙 변경안을 탈취하기 위해 전산망을 해킹한 후, 이어진 해킹행위 수사에 협조한 총무팀장("본인에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취업규칙 변경을 시도했다"), 인사팀장("대면 조사를 강요했다") 그리고 인사팀원("수사과정에서 컴퓨터를 잘한다는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유출했다")을 무더기 고발했다. 괄호 안의 문장이 각 고발의 내용인데 언뜻 봐도 왜곡과 억지임이 명확히 보인다. 결국 이 고발은 약 1년 후부터 전부 각하, 무혐의 처리되고 해당 직원은 해고됐다.2) 법원은 해고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 해당 직원이 항의 차원에서 무분별하게 고발했고 고발의 진정성에도 의문이 드는 측면이 있음을 명시했다. 마지막으로 허위 신고는 피해자 존중 원칙에 충실한 법 제도를 악용해 실제 일어난 사실과 다른 직장 내 괴롭힘 주장을 해 피신고인을 해하려는 신고다. 완전히 사실관계를 날조하기도 하지만, 미묘하게 사실관계를 왜곡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가 자문 과정에서 직접 경험한 사례를 각색해서 소개하면, 외국계 회사의 A과장은 평소 갈등관계에 있던 B임원에게 우리말로 업무상 실수에 대한 주의 촉구("계속 이렇게 하면 큰일 날 수 있다")를 받은 후, 그 내용을 영어로 엉뚱하게 번역해("If you keep acting this way, I will crash you severely") 본사에 B임원을 신고하고 징계를 요구했다. 두 표현은 맥락(주의 촉구 vs. 질책)과 의미(우려 및 독려 vs. 원색적 위협)가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당시 둘 외에 아무도 없었던 사실을 이용한 날조라 볼만하다. 다행히 B임원은 당시 대화 내용이 녹취돼 누명을 벗을 수 있었지만, 오랜 기간 이어진 조사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 중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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