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구조조정의 시대, 작별을 대하는 기업의 자세
KT그룹, SK그룹 등의 대기업들이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상시 구조조정의 시대, 작별을 대하는 기업의 자세
제호 : 2024년 11월호, 등록 : 2024-10-25 13: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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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그룹, SK그룹 등의 대기업들이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 시작한 기업의 구조조정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2021년부터 1,000명 이상의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할 때는 퇴직 직원들에게 전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은 더 이상 직원 규모에 관계없는 일상적인 단어가 됐다.

국가 경제 전망은 밝지 않고, 국가 사회 지표는 이미 바닥이다. 변화의 진폭이 크지만 사회안전망은 거의 없는 우리 사회에서는 사업주와 직원 간의 갈등은 자주 생기기 마련이다. 불안정과 변화 그리고 갈등의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사례를 통해 생각해 보자.



 사례 1  외국계 회사의 구조조정 이야기

​"인력의 15%를 감축하세요. 아세안 분리하고 서울지역 이외의 지사는 폐쇄합니다."

필자의 이야기이다. 벌써 11년 전, 인사임원으로 막 승진한 참이었다. 기쁨의 시간도 잠시, 아시아 태평양 지역 본사로부터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은 메일을 받았다.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부장 직급에서 이제 막 승진한 외국계 회사의 새내기 임원이 진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지만, 회사는 필자에게 칼자루를 건넸다. 10여 년의 직장 생활을 보낸 이곳은 채용 단계부터 안면을 익힌 직원들이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가족까지도 잘 아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리 공적인 관계라지만 10년간 쌓인 사적인 친밀감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집단 해고를 진행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너무 심했다. 그래도 어쩌면 필자 스스로가 최대한 직원들을 존중하며 방패가 되어 줄 수 있는 적임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구조조정에 관한 좋은 사례를 찾아보고, 전문가들의 조언도 구해 회사에 제안해 봤다. 회사에 제시한 안은 투명한 절차로 충분한 시간을 쓰고, 충분한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본사에서는 고개를 저었다. 구조조정은 한국과 아세안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영전략 아래 결정한 것이니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한 빨리 처리하라고 했다. 몇 번의 조정안 끝에 방안과 비용이 정해졌다. 최선을 다했지만 마음은 우울했다. 방패라지만 힘없는 외로운 방패였고, 다른 편에서는 칼이 되기도 했다. 

구조조정 과정은 생각만큼 어렵진 않았다. 직원들은 날벼락 같은 소식에 그저 눈물을 흘리거나 몇 가지 물어본 후 바로 퇴직 서류에 서명하고 퇴직 위로금을 받아들였다. 물론 그중에는 어떻게 회사가 이럴 수 있냐고 분노한 이도 있었으며, 타인들을 염려하고 아파하는 사람과 자신의 과오를 성찰하는 사람도 있었다. 각양각색의 반응이 있었지만 큰 소요는 없었다. 

갑작스레 일터를 잃었지만 직원들은 꿋꿋이 그 시간을 넘긴 후 다른 직장을 다니기도 하고 본인 사업을 하기도 했다. 구조조정 당시 취업 알선을 비롯한 전직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이들에게 정말 도움이 된 것은 남아있던 사람들의 적극적인 알선과 관심이었다. 그들에게 직접 말하진 못했지만 필자는 그런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참 고마웠다.

그 뒤 2년 6개월을 더 일하고 회사를 떠났다. 필자를 마지막으로 리더십팀은 모두 바뀌었다. 본사의 구조조정 결정으로부터 새롭게 시작하기까지 총 3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당시에는 상당히 서두르는 것 같았지만 지나고 보니 매출 800억 원의 중소기업을 변화 관리하는 구조조정에 상당한 시간을 쓴 셈이다. 큰 소요나 분쟁은 없었다. 싹둑 잘려나간 가지에는 새롭게 가지가 자랐고, 이전처럼 빠른 성장은 없었지만 회사는 안정적인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업계에 손꼽히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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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선 이데에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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