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담론을 넘어 실천의 시대로
최근 프랑스 명품 브랜드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노동착취, 강제노동 등 노동법을 위반한 혐의로 명예가 실추돼 화두에 올랐다.
ESG 경영, 담론을 넘어 실천의 시대로
제호 : 2024년 08월호, 등록 : 2024-07-24 13: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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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랑스 명품 브랜드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노동착취, 강제노동 등 노동법을 위반한 혐의로 명예가 실추돼 화두에 올랐다. 밀라노 법원은 명품 제조사 하청업체의 노동실태에 대해 1년간 법정관리 명령을 내렸고, 인권침해 사건으로 해당 기업의 평판이 실추돼 주가도 3달 만에 20% 이상 추락했다.

이처럼 평판이 높던 기업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정책의 실패로 기업 가치 하락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 걸 보면, 이제는 환경뿐만 아니라 소셜 리스크, 특히 HR 관련 이슈가 중요한 ESG 아젠다로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ESG 경영에 있어 HR의 역할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때로는 주도적인 대응을 해야 할 시점이 됐다. ESG 경영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인사조직 차원의 지원과 함께 소셜 리스크에 대한 예방과 대응도 요구된다. HR담당자가 ESG 담론을 넘어 실천해야 할 사항을 점검하고, 준비사항을 살펴보자.



ESG의 변화, 실천이 관건
환경 부서나 생산, 마케팅 부서의 일이라고 여겨지던 ESG가 HR 업무 깊숙이 들어오게 된 배경을 생각해 보면, 우선, ESG 규제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4월 코피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이 전 세계 3천여 기관투자자들과 함께 'UN 책임투자원칙'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ESG 아젠다는 투자분석과 의사결정과정에 있는 담론에 불과했다. 10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5년에 효력이 발생하자 ESG는 금융기관의 투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했고 ESG 펀드 조성과 채권발행으로 실행돼 2020년경부터 본격적인 ESG 투자 붐을 일으켰다. 

2020년부터 EU와 미국 금융정책 당국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된 규제 기준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2022년 이후 다수의 ESG 규제가 단계적으로 발표됨에 따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개선이 궤도에 올랐다. 특히 EU 탄소국경제도(CBAM)가 시행됨에 따라, 우리 기업들도 EU로 제품을 수출할 때 탄소배출량에 대한 정보를 부착해야 하고, 제품의 탄소배출량 저감을 위한 실천들이 필요해졌다. 2022년 공급망에 대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이 발표되고, 2024년 시행이 결정됨에 따라, 국내외 협력업체들에게 인권, 노사관계 등 소셜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기업들은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됐다. 이제는 소셜 리스크에 대한 담론뿐 아니라 소셜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천으로 이어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또한 그린워싱을 비롯한 ESG 워싱 논란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배경이 됐다. 2020년부터 기업 대부분이 탄소중립 선언, TCFD(기후변화 재무정보 공개협의체) 가입 등 ESG 이니셔티브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RBAResponsible Business Alliance, RSResponsible Steel 등 산업별 ESG 이니셔티브에 가입하거나 인증을 받은 기업들도 점차 증가했다. 이처럼 환경, 인권 등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선언하거나 가입, 인증한 기업들은 2~3년이 지나자, 검증의 주체인 ESG 관련 평가기관과 함께 행동주의 투자자와 투자기관 및 환경 및 인권 단체로부터 기준을 충족했는지 약속이행 여부를 검증받기 시작했다. 즉 말뿐만 아니라 행동과 실천으로 증명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특히 행동주의 주주들은 기업이 ESG 선언만 하고 실천이 미흡할 경우 적극적인 캠페인 활동을 전개한다. 글로벌 투자리서치 기관인 S&P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이 증가했고, 소셜 리스크에 대한 캠페인이 2023년에만 254건에 이를 정도로 이사회 운영 등 지배구조와 환경 이슈보다도 활발해졌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로 보건대, 이제 안전, 보건 활동의 문제와 함께 노사관계, 직장 내 인권 등 실천이 미비한 기업에 대한 문제제기가 기업평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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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이 ESG 실천의 관리 주체로 등장 
글로벌 조사기관 가트너Gartner의 2023년 기업 임직원 조사에 의하면, 임직원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실천 간에 괴리감은 여전하다. 직원의 67%가 지속가능성 이슈가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했지만, 소속 회사가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에 충분한 자원을 지원한다고 믿는 비율은 31%에 불과했다. 따라서 회사의 지속가능한 목표 달성에 직원이 몰입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ESG 실천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가트너의 조사에 따르면, 지속가능경영 문화가 조성됐다는 임직원의 응답은 16%에 그친다. ESG를 문화로 만들어 가려면 리더와 직원이 지속가능성 목표와 프로그램을 함께 개발하고, 실행에 필요한 교육과 멘토링을 실시하며, 나아가 실천 프로젝트 기회를 가져야 한다. 대표적으로 유니레버는 퓨처핏Future Fit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과 ESG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직원들의 친환경 스킬을 개발한다. 직원 스스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성과를 회사 내외부에 홍보하는 과정에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또, 프로그램 기획과 실천 과정에서 ESG가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형성된다. 예컨대 아프리카 지역에서 여성 농부들에게 지속가능한 농법과 기술을 전수해, 소출을 증대하고 소득향상에 기여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둘째, ESG 전략 실천에 필요한 인재를 재배치하고 채용해야 하며, 부문별 ESG 업무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설정하고 필요한 역량 개발과 인재 배치를 조율해야 한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딜로이트는 2022년에 '탄소중립과 일자리'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인구의 25%, 8억 개의 일자리가 기후변화 및 경제 전환의 영향에 취약하다고 발표했으며, '일자리 취약성 지수Job Vulnerability Index'를 조사해 농업, 전통에너지, 중공업과 제조업, 수송업, 건설업 등 5개 산업을 기후변화에 따른 일자리 취약 산업으로 분류했다. 폭염과 자연재해로 인해 광업, 화석연료, 에너지 집약적 산업 생산 분야가 구조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으며, 특히 일자리 취약 산업에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일자리 43%, 아프리카 일자리 43%, 중남미 27%가 위험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반면 2050년까지 기후 전환에 발 빠르게 대처할 경우 3억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되는데, 저탄소 공정으로 전환하는 기회를 잡는다면 소위 '그린칼라'를 육성해 내는 기업과 국가가 일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야심찬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고부가 일자리를 제시하며, 넷제로Net Zero 적응형 교육과 적극적인 인력재배치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탈리아 국영에너지기업 에니Eni는 2030년까지 내부 직원이 직무와 공정 전환을 요구하는 경우, 내부 직무 포스팅 플랫폼 'Job4U'와 교육 플랫폼 'MyChange'를 통해 타 부서의 포지션 또는 타 직무로 전환하기 위한 교육을 제공한다. 또한 신재생에너지기업 에퀴노르Equinor는 자사 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사와 함께 신재생발전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지역 여성오너기업과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인력채용 기회를 우선 제공한다. 이처럼 장기적인 공정변화를 고려해 기업에 필요한 신규 인력도 채용하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는 상생의 아이디어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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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현 포스코경영연구원 지속가능경영연구실 실장
前 포스코경영연구소 경영컨설팅센터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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