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도 기적처럼 빛나길”
인생을 살다 보면 우연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기적'이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하고, 작은 우연들이 뭉치고 커져 기적을 만들기도 한다.
“우연도 기적처럼 빛나길”
제호 : 2024년 08월호, 등록 : 2024-07-24 11:26:38



인생을 살다 보면 우연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기적'이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하고, 작은 우연들이 뭉치고 커져 기적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찾아온 적이 있다면, 당신은 최선을 다한 사람이라는 증거다. 광고계의 AE로 시작해, 광고 제작자로, 이젠 ≪한 줄 카피≫의 저자가 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규영 대표에게는 무수히 많은 우연이 찾아왔다. 그리고 우연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광고로 연결된 꿈
어린 시절 정규영 대표의 꿈은 만화가였다. 그러나 그가 대학 진학을 준비할 무렵에는 만화가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했고, 취업이 잘 되는 과를 원하셨던 부모님의 의지대로 경제학과에 진학하게 됐다. 그래서인지 진학 후 학부 공부보다는 만화 동아리, 학보사 기자, 학생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러던 어느날 학생회 활동을 하며 대자보를 제작하게 됐다. 그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대자보를 읽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 만화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자신의 그림 실력을 살려 오늘날의 웹툰과 같은 형식으로 대자보를 그렸다.

"대자보가 있건 없건 그저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이, 제가 그린 대자보에 몰려들어 집중해서 읽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때 깨달았죠. 나는 내가 가진 메시지를 자신만의 크리에이티브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영향을 미칠 때 즐거워한다는 것을요. 광고의 길을 걷게 된 것도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광고주와 커뮤니케이션하며 광고를 기획하는 AEAccount Executive로서 처음 광고의 길에 들어섰다. 하고 싶던 광고를 하며 마냥 좋을 줄 알았던 입사 때와는 달리, AE라는 직무의 특성상 광고주를 상대하는 회식 자리가 잦아졌고, 음주를 즐기지 않는 정 대표에게는 계속해서 피로감이 쌓여갔다.

또,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면 콘셉트를 구상해 가는 보통의 AE와는 다르게, 그는 만화와 카피를 통해 콘티를 짜는 것이 더욱 즐겁다는 걸 느꼈다. 점차 광고 기획보다는 제작이 더 잘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팀을 옮길 '기회'가 온다는 것은 흔치 않았기에 앞으로가 막막하기도 했다. 그렇게 기다리던 끝에 광고 제작팀에 결원이 생겼다. 아이디어 내는 것을 즐거워하던 정 대표를 눈여겨보던 한 선배는 그를 제작팀에 추천했고, 3년 차가 되던 그해 1월, 정 대표는 제작팀으로 출근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제작팀으로 옮긴 후부터 저는 날개를 단 듯 성장했어요. AE 때는 늘 하위권이던 인사고과가 제작팀이 되고 자리를 잡자 몇 년간 최상위권이 되었다고 전해 듣기도 했죠. 결원이라는 새로운 기회는 저를 제작팀으로 끌어줬고, 저는 덕분에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좋은 광고를 위한 최선
좋은 광고란 무엇일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새로움을 보여주는 것, 놀라움을 주는 것, 다양한 답변이 있을 수 있지만, 정 대표는 '광고주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광고'라고 말한다. 

이러한 그의 광고 철학이 잘 드러났던 건 현대증권의 에이블Able 캠페인 광고다. 당시 현대증권은 캠페인을 통해 이미지를 새롭게 변신시키고자 하는 니즈를 가지고 있었고, 프로덕션의 기획실장이었던 정 대표는 그러한 니즈를 기반으로 광고의 콘셉트를 제안하고 10여 편의 광고 콘티를 짜고 카피를 작성했다. 그의 노력 덕에 현재까지도 현대증권의 에이블 캠페인은 현대증권의 이미지를 바꾸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던 광고로 평가받고 있다.

"광고주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광고주, 시장, 그리고 소비자를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단순히 제품 설명이나 광고주가 전해주는 자료를 보는 것만으로는 겉핥기식 이해가 될 뿐입니다.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고, 애정도 가져보고, 소비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과정을 거치고, 이 과정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해요. 결국 모든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는 '내가 몰랐던 이점'을 찾는 것에서 나오니까요."

실제로 정 대표는 자신의 영감과 아이디어는 자신이 가져왔던 세계이자 고정관념을 흔들리게 하는 책, 영화, 음악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정 대표의 저서 ≪한 줄 카피≫에도 등장하는 '긴장은 진심인 사람 곁에 찾아온다'라는 카피는, '극복'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던 긴장에 대한 관점을 비틀고, 오히려 함께 해야 할 동반자로 여기며 에너지와 자신감을 갖게 한다. 열심히 준비하지 않았기에 긴장이 찾아온다는 기존의 생각을 흔들고, 최선을 다했기에 찾아오는 것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아들에게도 종종 말하곤 해요. 아빠는 광고계의 최고였던 적은 없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도 없다는 것, 그래서 많은 우연이 기회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을요. 그러니 네가 긴장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그것은 최선을 다했던 증거이고, 실패해도 괜찮으니 노력했던 진심을 후회 없이 보여주라고 말이죠."


광고인, 저자, 다음 한 걸음
2022년 10월, 광고인으로서 살아가던 그가 자신의 브런치에 첫 글을 올렸다. 제목은 파이롯트의 2012년 기업 PR 광고의  카피였던 '이름은 자식에게 보내는 첫 편지'였다. 이 글을 통해 그는 정규영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찬찬히 되짚어보고, '별'을 뜻하는 가운데 글자 '규奎'를 떠올리며, 자신의 이름이 '별처럼 빛나라'라는 부모님의 축복이자 편지였음을 깨닫는다. 이 글은 그가 올린 첫 글이자 가장 인상 깊은 글이며 그에게 '저자'라는 이름을 선물한 글이기도 하다.

그가 브런치에 처음 글을 올리게 된 것은, 우연히 일본 가수인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를 듣고 다시 시작하게 된 일본어 공부의 일환이었다. 일본 광고의 카피들을 해석하고 저장하고자 개인 홈페이지에 올리기 시작한 것이 어느새 구독자가 늘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고, ≪한 줄 카피≫라는 책의 출간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만화가를 꿈꾸던 소년에서 광고인으로, 현재는 저자가 된 정 대표를 나아가게 했던 동기는 '크리에이티브를 즐기는 것'이었다. 창의성에 기반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러한 세계를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러한 즐거움이 그를 이끌어 온 것이다. 그렇다면 정 대표의 다음 한 걸음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그는 대답했다.

"사실 '다음'을 생각할 때면,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나의 방식이 제대로 된 방식일지 고민이 되고 막막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래, 난 이걸 좋아하고 이게 가장 즐거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를 바탕으로 다음 한 걸음을 내디딜 겁니다. 그렇게 무수한 우연들이 또다시 기적이 되는 순간이 오겠지요."
배지수 HR Insigh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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