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경을 넘어왔고, 문화를 넘어왔다. 하지만 아직 새로운 마음의 장을 열지는 못했다. 마음의 변화는 느리니까. 아마도 대부분의 귀임 주재원들은 이런 심정일 것이다. 주재원 기간 동안 타 해외 법인의 새로운 문화 및 환경에서 좋았던 점도 많을 것이다. 반면 힘들었던 점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삶과 커리어에 대해 새로운 성찰을 많이 얻었을 것이다. 사실 지난 몇 년간 귀임 주재원들과 변화관리 워크숍이나 코칭을 하다 보면 좋았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반반 섞여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새로운 문화, 사회 그리고 기업 문화에서 얻게 된 글로벌 시각과 언어 능력은 주재원 기간을 통해 얻은 전리품 중 1호일 것이다. 또 다른 나라의 임직원을 대하며 얻게 된 소프트 스킬도 자신의 성장을 나타내는 나이테의 한 결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해외 파견을 마치고 돌아온 귀임 주재원 5~6명 중에 한 명은 귀임 후 2년 이내에 직장을 떠난다는 것이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의 일반적인 통계이다. 부임 기간 취득한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 글로벌 협상 능력 그리고 다국적 문화의 소양 및 그로부터 배태되는 역량을 모두 내팽개치고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귀임 주재원은 왜 회사를 떠날까? 귀임 주재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자동차 회사 및 IT 기업들, 금융 기업 등 이미 수십 년 이상 글로벌 비즈니스를 영위한 다국적 기업들은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 부임 이전부터 주재원의 역량을 파악해, 그에 맞는 커리어 목표를 부여하고, 다시 돌아와서 새롭게 체득한 역량으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시스템을 가동시키는 것이다. 아직 이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국내 기업들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귀임 주재원들은 스스로 어떻게 변화관리를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돌아온 귀임 주재원들에게 파견 전에 비해 가장 많이 변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경우 변화된 사회상과 조직문화를 가장 많이 거론한다. 관련해 지난 1년간 3개 대기업 400명의 귀임 주재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는데, 귀임 기간 중의 가장 큰 변화로 지적된 것은 본인이 속한 기업의 성장, 조직 내 인적 구성의 변화, 전반적인 사회의 변화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크게 변화한 것은 자신이 함께 일해야 하는 사람들의 인식 및 기업문화라는 답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기업문화가 많이 달라져서 직장 내 사람 사이의 관계 형성법, 업무를 대하는 태도, 조직 내 바람직한 행동 기준의 변화까지 그동안 아는 사람도 드물어졌는데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대상이 대폭 늘어났다는 것이다. 거기에 본인이 기존에 해왔던 직무나 역할을 벗어나는 새로운 미션이 주어지면 귀임 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들 말한다. 이런 현실적인 적응의 어려움은 본인이 파견되었던 국가에서 익숙해진 가치 체계와 충돌을 일으켜 제대로 된 변화관리를 하는데 큰 과제가 되는 게 사실이다. 말하자면 보다 큰 물을 경험한 큰 물고기Big Fish로서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한국에 돌아오면 난관과 변화된 환경을 많이 맞아 작은 물고기Small Fish가 된 듯이 인식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물론 주재원 경험이 많거나 직장 경력이 풍부한 사람은 상황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귀임 주재원들은 낯선 타국에서 새롭게 익혔던 새로운 행동과 사고방식을 버리고, 다시 새로워진 한국 사회와 한국의 기업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국적은 한국이되 내가 진정 한국인이 맞는가 하는 생소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적응을 위한 심리적 안정을 찾는 것이 그다지 용이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성공적인 변화는 안정적인 심리 기반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귀임 주재원의 고민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변화관리의 측면에서 본다면 아마도 다음의 요소들일 것이다. 스스로 변화가 필요한지 고민 우선 변화관리의 제일 요건은 자신에게 변화가 필요한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귀임 주재원들은 자신의 커리어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에 휩싸이게 되는데, 이런 불안한 심리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계획된 변화Planned Change의 관점을 보유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반복되는 문화적 차이로 인한 역문화 쇼크Reverse Culture Shock도 문제일 것이고, 새로운 직무, 새롭게 요구되는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포지션의 제한 및 뒤처지는 커리어에 대한 불안감, 보상 차이로 인한 불만족, 우호적인 동료들의 부재 및 가족들의 적응 이슈 등 끝도 없이 많은 문제들이 출현하겠지만 그럴수록 명확한 자기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정녕 내 집은 어디인가하는 점부터 역할에 대한 혼란, 모국에 대해 바뀐 관점 등 끊임없는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되게 마련이다. 부재기간 동안의 변화에 압도되지 않기 조직 차원의 인정이 없다는 점도 마음을 짓누르는 요인 중 하나가 될 확률이 높다. 이런 경우 본인의 부재기간 동안 발생한 생소한 변화에 압도되지 말고, 변화된 사회상에 대해서, 조직문화에 대해서, 가족들의 적응에 대해서 또 조직 내 역할에 대해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과 선택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럴수록 혼란을 줄이고 빠르고 안정된 변화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X세대에서 밀레니얼 세대로 주류가 바뀐 조직문화나 학제 등이 바뀌어 힘들어 할 수 있는 자녀들의 적응 문제, 또 업종 환경 및 업무 시스템이 바뀌어 버린 경우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문제들이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변화의 필요성과 변화 이행 계획을 수립하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 이 과정에서 이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스트레스, 직무 및 관계 관련 스트레스, 또 언어 및 커뮤니케이션의 스트레스, 그 외 가족 이슈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한 전략을 미리 마련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귀임 주재원 중에는 새로운 상사 및 동료들과의 관계 형성 및 업무상의 어려움, 가족들의 부적응에 대해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발생하는 심리적인 거리감 및 피로감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극복하고, 주도적인 변화관리를 펼쳐 나가려는 노력을 견지해야 한다. 귀임 주재원의 변화관리를 이끌어 내는 방법 변화관리로 잘 알려진 캐서린 데니밀러Kathleen Dannemiller의 변화 공식(D×V×F>R)처럼 현재 이 상황을 하루 빨리 개선해야겠다는 마음Dissatisfaction과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겠다는 희망Vision, 또 이를 위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구체적 행동 계획First steps이 마련되어야만 현실에 안일하게 대응하려는 타성Resistance을 극복할 수 있다. 초기에 변화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는가 하는 점이 자신의 심리적 적응, 조직 내 역할 수행, 가족들의 안정적 적응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유념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때 사내 선배 주재원을 멘토로 선정해 고민을 상담하거나 회사 내 HR 부서 등을 통해 조직과 역할 관련 의견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부족한 직무스킬 관련 프로젝트를 지원하거나 교육을 수강하고, 자신이 새롭게 익힌 외국어 능력이나 문화적 소양을 통해 자원 봉사 등을 해 보는 것도 성공적인 변화관리를 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부재기간 동안 가족이나 친구들도 변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의 변화가 가파르기 때문에 기존의 가치는 사라지고 새로운 가치가 들어섰으며, 기존의 관계법과는 다른 새로운 관계법이 자리를 잡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유연함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귀임 주재원이 자신의 변화를 다른 사람들이 수용해 주길 바라는 것처럼, 그들의 변화도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들로 힘든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변화관리와 마찬가지로 변화에 대한 유연성과 긍정적인 마인드셋은 필수적이다. 심리적인 회복력Resilience 위에서 변화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귀임 주재원이 성공적인 변화관리를 이행하는데 있어 필요한 또 한 가지 사항은 변화 상태를 꾸준히 평가하고 가정과 직장 생활 속에 내재화 하려는 노력을 일정 기간 지속하는 것이다. 속성상 변화가 하루아침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정과 직장과 사람들의 관계가 일상적인 방식으로 익숙해 질 때까지 지속적인 변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물론 한국에 귀국한 후 앞으로 3년, 5년 후에는 어떤 커리어의 길을 가고 있을 것인지 그에 대한 구체적인 커리어 목표와 계획을 설정해 나아가는 것도 매우 필요한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직업적, 개인적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의 모임이나 멘토나 코치가 될 수 있는 사람과의 정기적인 면담, 새롭게 배우거나 학습할 항목의 도전, 또는 체류 국가에서 익힌 것들을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바람직한 변화 추구에 큰 도움이 된다.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이해당사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긍정적인 변화관리에 기여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귀임 주재원의 변화관리는 다른 국가, 다른 문화 및 언어, 업무 환경 및 시스템, 사람 관계 등 매우 다양한 외부 환경과의 싸움이자 이런 요인들을 상대해야 하는 심리적인 피로감과의 응대이다. 절대적인 답은 없을지라도 변화 속에서 안정을 유지하고, 안정 속에서 변화를 유지하는 것이 곧 성장의 기술이라는 말을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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