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CES(세계 전자기기 박람회)의 승자는 단연 아마존이었다. 포드, LG, 삼성, GE, 월풀 등 유수의 기업들이 아마존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 알렉사를 탑재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아마존이 머신러닝, 딥러닝 분야 선두주자로 자리매김 했음을 확인시켜주는 무대였다. 2017년 한 해는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마이크로소프트의 코르타나 등 실리콘밸리 안팎의 기업들이 자사 중심의 보이스 기반 서비스 생태환경 조성을 위해 아마존과 치열한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아마존의 명성과 영향력은 구글, 애플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세계 최대 온라인 북스토어 및 전자상거래 사이트(amazon.com), 기업용 데이터 인프라스트럭처 클라우드 분야 부동의 1위 Amazon Web Service(AWS),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를 넘어 음원·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는 아마존 프라임, 세계 최초로 드론 배송을 상용화시킨 프라임 에어 등 사업분야에서 눈부신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아마존은 아직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국내에는 알려진 정보가 제한적이다. 특히 그들의 HR제도나 조직문화는 베일에 가려진 존재였다.

아마존 기업문화와 임직원 가치 제안
2015년 뉴욕타임스는 「인사이드 아마존: 가혹한 일터와 혁신 (Inside Amazon: Wrestling Big Ideas in a Bruising Workplace)」 이라는 기사를 통해 아마존의 성공 이면에 감춰진 기업문화의 어두운 단면을 소개한 적이 있다. '미팅 중 쏟아지는 비판을 견디지 못해 우는 직원들을 많이 봤다' 는 등, 전직 직원들이 공유한 다소 자극적인 사례가 많이 포함되어 아마존의 경영진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글래스도어 (Glassdoor.com) 등을 통해 전·현직 아마존 직원들이 공유한 내용을 살펴보면, 아마존의 조직문화는 치열한 내부 경쟁과 과중한 업무 등으로 인해 타 실리콘밸리 기업 대비 조직문화를 비판하는 직원들의 글이 많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조직행동 연구결과에서 임직원 만족도와 몰입도는 고객 만족과 개인·조직성과의 향상을 가져오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객만족에 그토록 집착하는 아마존은 과연 직원 만족을 등한시 하면서도 고객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할 수 있었을까?
우선, 외부에 알려진 기존의 아마존 조직문화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아마존을 구글, 페이스북의 소프트웨어 기업과 단순 상대 비교할 수 없다. 아마존의 약 27만 명 전체 인력 중 배송센터의 풀타임, 파트타임 인력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을 고려할 때, 이직이 잦은 리테일 사업군의 경쟁 기업과 대비해서 (예: 월마트) 아마존의 회사 평가점수는 결코 낮지 않다.
그렇다면 최근 혁신을 이끌어 가고 있는 엔지니어들은 어떨까? 혹자는 아마존의 기업 곳곳에 녹아 있는 절약 문화가(frugality) 직원을 위한 복리후생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과중한 업무량이 일과 삶의 균형을 해쳐 밀레니얼 세대 엔지니어를 유치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일리 있는 지적이지만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직원들을 위한 외적 보상을 먼저 살펴보자. 아마존의 기술 혁신을 이끌고 있는 조직인 아마존 Lab126의 근무환경과 조직문화, 임직원 처우수준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여느 테크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최근 아마존 주식 가치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2016년 2월 저점 대비 현재 약 70% 가량 상승) 직원들에게 부여되는 RSU(Restricted Stock Unit, 양도제한조건부 주식 보상으로 주로 장기적 직원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많이 활용됨)는 큰 외적 동기부여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직원 몰입은 무료 카페테리아, 마사지 서비스 등 물질적인 복지혜택으로만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직 구성원의 몰입은 개개인이 추구하는 니즈와 기업이 제공하는 임직원 가치 제안 구성이(Employee Value Proposition, 기업의 미션, 업무, 커리어 기회, 동료, 리더십, 보상 등 기업이 임직원 및 잠재적 인재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가치체계) 부합할 때 향상된다. 아마존에는 공짜 음식은 없지만, 의미 있는 업무, 커리어 개발 기회, 스마트한 동료와 일할 수 있는 기회 등 고급 인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무기가 많다. 아마존의 글로벌 인재 채용팀의 수잔 하커(Susan Harker, VP of Global Talent Acquisition)의 말에 따르면, 아마존은 인턴들에게 그저 현장 경험용 맛보기 프로젝트를 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업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부여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 갈 수 있는 책임과 권한을 준다고 한다. 스마트한 동료들과 함께 하며, 이뤄낸 성과달성 경험은 그들이 졸업 후 회사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강력한 유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아마존 리더십 원칙과 조직문화
CEO 제프 베조스는 자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아마존의 문화를 지키는 것' 이라고 말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조직과 사업규모에도 불구하고 연속적인 혁신을 달성하는 배경에는 아마존의 14가지 리더십 원칙과 조직문화가 효과적으로 전파, 유지되기 때문이다.
아마존 채용 페이지에서 리더십 원칙 전문을 살펴보면 단어 하나하나의 선택이 아마존 임직원들이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제시하도록 설계됐음을 알 수 있다. '창의·도전정신·협력 추구'와 같은 여러 기업 웹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피상적인 인재상을 뜻하는 문구와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또한 리더십 원칙은 립 서비스용 문구가 아니라 인사제도 전반에 투영되어 있다. 베조스는 한 인터뷰에서 '아마존의 리더십 스타일과 맞지 않는 지원자 1명을 잘 못 채용하는 것보다 차라리 50명의 지원자를 인터뷰하고도 Fit이 맞는 인재가 없다면 아무도 채용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강조한 바 있다. 베조스의 확고한 인재 채용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아마존의 채용 프로세스에는 독특한 채용 검증 위원, 바-레이저(bar-raiser)가 존재한다. 대부분 여타 미국 기업의 채용 프로세스에서 지원자의 최종합격 여부는 입사 후 함께 일하게 될 상사(Hiring manager) 혹은 함께 인터뷰를 보는 채용 위원회(Hiring committee)가 전권을 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에서는 지원자의 리더십 자질 검증 역할을 맡고 있는 바-레이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코딩을 잘하는 지원자라고 하더라도 앞서 설명한 14가지 리더십 자질과 맞지 않는 지원자라고 판단되면 바-레이저가 위원회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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