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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의 행복한 생활, 감정과 본능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죠”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한 지 오래다.
“반려견과의 행복한 생활, 감정과 본능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죠”
제호 : 2020년 07월호, 등록 : 2020-07-14 09:43:40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한 지 오래다. 이처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정이 늘면서 이들을 더 많이 이해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반려동물의 감정과 본능을 알아가기 보다는 일방적인 애정을 베풀고, 사람의 관점으로 의인화해서 반려동물의 행동을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반려견과 사람이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연희대공원' 안에 위치한 설채현 수의사의 진료실을 찾아 우리가 지닌 반려견에 대한 오해와 반려견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행동 문제로 버려지는
반려견 돕기 위해 택한 '수레이너'의 길

우리가 반려견을 죽을 때까지 키우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한 조사에 따르면 '한 번 키운 반려견을 얼마나 오래 키웠는가'라는 질문에 '반려견이 죽을 때까지 키웠다'는 응답은 불과 12%에 불과했다.

8년 전, 지금은 아내가 된 여자친구 반려견의 분리불안을 치료해주고 싶어 자료를 조사하던 설채현 수의사는 우연히 이 같은 결과를 접하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이 충격적인 결과의 원인이 궁금했던 그는 '왜 사람들은 반려동물 키우기를 중단하는 것인지' 이유를 찾았고 '배변, 짖음과 같은 행동 문제' 때문이라는 응답이 절대다수임을 알게 됐다.

설채현 수의사는 그 때 "행동 문제로 버려지고 안락사 당하는 반려견들을 구해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결론은, 행동 문제가 나아지도록 치료할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수의대를 졸업하자마자 동물들의 문제 행동의 원인과 해결책을 알려주는 동물행동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사람이 머리가 아프면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고, 약물 치료도 하잖아요?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리불안이나 공격성과 같이 문제 행동을 보이는 동물을 교육하고, 약물치료도 병행하면서 천천히 나아지게 돕는 거죠. 동물행동학을 배워서 동물들의 육체적 고통은 물론, 정신적인 고통에서 오는 행동 문제를 치료해 주는 수의사이자, 트레이너가 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반려견에 대한 오해
이후로 줄곧 병원에서, 그리고 EBS 방송 프로그램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통해 행동 문제를 보이는 반려견들을 만나 이들을 치료해 온 설채현 수의사. 그에게 '반려견을 치료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공격성이 너무 강해 안락사를 앞두고 있던 말티즈의 이야기를 꺼냈다. 겉으로 보기엔 작고 귀여운 반려견이었지만 보호자의 얼굴을 3차례나 물 정도로 심각한 난폭성을 보였다. 그는 "마지막 기회를 한번 줘 보자"며 보호자를 설득해 치료를 시도했다.

"반려견의 난폭한 행동 이면에는 분명 원인이 있어요. 앞서 이야기한 말티즈의 경우 불안이 많았고 사회화도 덜 되어 있었어요. 이 문제로 보호자가 체벌도 심하게 했고요. 이러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반려견을 공격적으로 만든 케이스였습니다. 그래서 불안함을 줄여주는 약물 치료도 하고, 공격성을 참으면 간식을 주고 칭찬해 주는 방식으로 행동 치료를 했죠. 지금은 보호자와 함께 잘 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설채현 수의사는 반려견에 대한 보호자의 오해가 문제 행동을 부르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크게 짖거나 사람을 무는 반려견의 경우, 성향이 난폭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무섭고 불안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산책 나간 보호자가 불안해하는 반려견의 마음을 모른 채 다른 개를 근처에 들이고 '친구니까 같이 놀라'고 한다면 어떤 상황이 될까? 반려견은 자신의 불안을 몰라주는 보호자 대신 스스로 나서 방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크게 짖거나 다른 개를 공격한다. 그러면 보호자는 놀라서 물러서고, 반려견은 확신을 얻게 된다. '내가 공격적으로 행동하면 보호자가 물러서는구나. 다음에도 이렇게 해야지.' 결국 이러한 학습을 통해 난폭한 행동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반려견에 대한 체벌도 마찬가지다. 흔히들 반려견이 잘못을 하고 보호자의 눈치를 본다거나, 자신을 외롭게 한 보호자에게 복수하려고 했다며 혼을 내거나 가벼운 체벌을 하는데, 사실 반려견들은 보호자가 왜 자신을 혼내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잘못된 행동을 하면 3초 이내에 혼을 내고 체벌을 해야만 자신의 행동이 잘못돼서 혼이 났다는 것을 아는데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외출했다 돌아와서 엎질러진 쓰레기통을 보고 그제야 혼을 낸다고.

"반려견이 눈치를 보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알거나 보호자를 약 올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데 보호자의 말투나 행동에서 화난 것이 보이니까 무조건 눈치를 보는 거죠. 이러한 상황에서 체벌을 가하면, 반려견은 보호자에 대해 '자신을 이유 없이 혼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엔 서로의 유대감만 깨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에 대해 설채현 수의사는 "혼을 내는 것이 아니라, 관리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만약 쓰레기통을 뒤져서 엎질렀다면 개가 갈 수 없는 곳으로 쓰레기통을 옮겨 놓는 것이 '관리'이다. 코를 이용해 뭔가를 찾아 먹는 개들의 본능이 쓰레기통을 뒤지게 했다면, 더 안전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장난감으로 놀아주면서 '교육'해 문제 상황을 방지할 수도 있다.    

"우리는 반려견들의 감정과 본능을 잘 몰라요. 개는 사람이 아닌데, 자꾸 사람의 입장에서 의인화해서 반려견들의 행동을 이해하려 하죠. 이 때문에 오해가 생기고, 반려견들이 원하는 것이 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들의 감정과 본능을 이해하고,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하려고 하는지 공부하고 소통할 때 비로소 함께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행복한 세상 만들고파
수의사이자 트레이너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불법 강아지 번식장에서 모견으로 학대당하다 구출한 반려견 세상이를 꼭 안은 설채현 수의사는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유기견, 동물학대 문제 등 동물보호와 관련된 법적 제도와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뭐든지 너무 빨리 바뀌면 부작용이 클 수 있으니, 천천히, 하지만 꾸준한 변화를 이끌어 내고 싶다는 설채현 수의사. 그의 바람이 이뤄지는 그 날을 함께 고대해 본다.  

 

이현아 HR Insigh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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