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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하는 협업도 어려운 마당에 조직 단위 협업은 더 어려운 게 당연하다. 협업이 잘되는 조직은 여러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비슷한 형태를 띤다. 반면 협업이 어려운 조직은 하나 이상의 미흡한 부분들로 불협화음을 만든다. 이러한 현상은 '행복한 가정의 사정은 다들 비슷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다'는 안나 카레니나의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조직의 문제를 해결할 때 본질에 접근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에 집착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R&RRoles And Responsibilities을 명확히 하고 기준과 프로세스를 정비한다고 해서 협업이 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구성원들의 화합을 위한 회식이나 각종 이벤트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들은 협업을 보조하는 역할에 불과하며, 협업의 핵심을 이루는 원재료는 아니다. 결국 협업을 이루는 본질적인 요소 중 우리 조직에 미흡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다른 요소들이 제 기능을 한다는 전제하에 안 되는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jpg) Reason 1 방향성의 부재 협업이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리더가 무능해서다. 방향성 설정에서 리더의 무능은 두 가지 형태로 발현된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거나 혹은 반복해서 잘못 정하는 것이다. 리더가 조직의 방향성을 잡지 못하면, 구성원들은 속해 있는 하위 조직 혹은 맡은 업무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자신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일을 우선시한다. 그래서 개별 구성원이 합리적인 결정을 하더라도 조직 전체를 두고 보면 비합리적인 결정이 되곤 한다. 간혹 자신은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구성원이 따라오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리더가 있다. 이러한 경우 리더는 구성원에게 방향성을 제시하긴 하지만 그 외의 것들도 다 잘해야 한다고 지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리더의 역할에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일에 자원을 낭비하지 않도록 막는 것도 포함된다. 조직에서 하는 모든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처럼 방향성 부재로 업무 범위가 발산하면 조직과 구성원 전체는 멀티태스킹을 강요받는다. 다양한 업무를 하다 보면 동료가 무슨 일을 하는지, 현재 조직 상황이 어떠한지 둘러볼 여력이 사라진다. 게다가 집중력과 지능 저하 그리고 스트레스 가중 등 멀티태스킹이 주는 해악을 생각해보면 협업이 문제가 아니라 조직 생산성 자체가 위협받는 셈이다. 하지만 예측이 어려운 외부 환경으로 인한 잘못된 방향성의 제시를 온전히 리더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단기적 관점에서는 잘못된 방향이라도 없는 것보단 낫다. 방향성이 불명확하면 실패의 원인이 방향 자체의 문제인지, 방향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한 탓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실패를 통한 배움이 부족해 매번 잘못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문제다. 양치기 소년처럼 신뢰할 수 없는 무능한 리더의 방향성에는 그 누구도 동조하지 않는다. Reason 2 다단계 수직적 조직구조 연례행사로 이뤄지는 조직구조 개편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조직구조는 구성원의 행동반경을 제한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안정기에 들어선 큰 기업들은 조직관리의 용이성을 위해 동일 직무로 이루어진 기능조직 방식을 활용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단일 조직은 단일 기능만 수행하기에 다른 기능이 필요하면 다른 조직에 업무 요청을 해야 한다. 그나마 상위 조직이 같은 경우라면 한결 낫다. 만약 다른 본부에 꽤 중요한 업무의 협조를 구하려면 양쪽 조직의 온갖 팀장, 실장, 본부장을 거쳐야 한다. 물론 그러고도 정치 논리나 각 조직의 사정으로 제대로 된 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다단계 수직적 조직구조가 가지는 더 큰 문제는 정보 흐름의 제한이다. 최상위 리더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더라도 조직 단계가 내려가면서 그 방향성이 희석되거나 소실될 수 있다. 조직 방향성뿐만 아니라 협업의 맥락과 정보도 중간 직책자를 거치면서 왜곡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 심한 경우 일부 직책자는 정보 제한을 통해 구성원을 통제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스타트업처럼 작은 기업들은 협업과 정보 공유를 극대화하기 위해 목적 중심의 애자일Agile 조직 방식을 활용한다. 다단계의 수직적 조직구조 대신 수평적 조직구조로 구성원 개개인에게 의사 권한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자율적 협업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이를 흉내 낼 수는 있겠으나 목적조직 특성상 자원 중복과 조직관리의 어려움이 있기에 목적조직에 익숙지 않은 큰 기업에 적용하기는 부적합하다. 큰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목적조직과 유사하게 협업이 필요한 단위로 조직을 최대한 크게 나누고 계층 구조를 가능한 적게 가져가는 것이다. 그만큼 직책자 수가 줄어들어 개별 리더십의 중요성이 커지겠지만, 협업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이해관계자와 조직 논리는 제거할 수 있다. 물론 리더의 무능 혹은 귀찮음으로 인해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의 조직과 직책자 역할을 만든다면 이런 개편은 하지 않으니만 못한 것이니 주의해야 한다. ... 중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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