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24 13:39:31 수정 : 2018-07-25 13:10:43

[칼럼] 새로운 시대와 인재, 그리고 리더십

  • PDF
  • 프린트
  • 작은글씨
  • 큰글씨
[2018년 8월호 vol.759]
우리나라 기업들은 수십 년에 걸친 산업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도전과 시련을 겪으면서 성장해 왔다. 그런데 게임판 위는 변화무쌍했던 반면 게임의 규칙은 항상 동일했던 것 같다. 언제나 세 상은 넓고 기회는 많았다. 고도성장과 수출은 지상 과제였고 이를 위해서는 속도, 즉 '빨리 빨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벤치마킹은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축적하는 시간을 단축해 선진기업들을 따라 잡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렇 게 확보한 기술과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미개척 시장에 과감하게 투자해 선점한 후 다른 목표로 신속히 이동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표준과 절차, 일사불란이 미덕이었던 조직
그러한 게임의 규칙은 필연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조직문화를 낳는다. 조직의 구성원들은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고 기존의 표준과 절차를 익혀 반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나아가는 것은 최고의 미덕이 된다. 대부분의 목표와 방침은 이미 정해져 있으며 업무 절차도 표준화되어 있어 개인이 재량을 발 휘할 부분은 많지 않다. 혹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으면 된다. 방침과 표준, 지시사항은 항상 정답으로 간주된다. 왜냐하면 게임판과 게임의 규칙이 모두 동일하다면 기존의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며 가장 경험 많은 상사가 해답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직문화는 채용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표준화된 절차와 지시사항을 잘 이해하고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선호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조직이 미리 정한 선발 기준에서 많이 벗어난 튀는 사람들은 배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구직자 입장에서도 선발 기준에 맞도록 '스펙'을 열심히 쌓아야 한다. 말하자면 조직이 정해 놓은 표준에 가까운 사람들이 채용되는 것이다. 채용 이후에도 사람들을 표준화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입사교육, 직무교육을 포함한 대부분의 육성과정이 이미 정해진 절차와 매뉴얼을 이해하고 지키도록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체제에서 산출은 투입시간의 함수가 된다. 일하는 방법과 시스템이 표준화되어 있고 일을 하는 사람들의 능력이 엇비슷하다면 누가 일하더라도 투입과 산출은 대동소이할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변수는 투입 시간뿐이다. 산출을 늘리려면' 더 열심히', 다시 말해 더 오래, 더 많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고성과자이자 충성도 높은 인재로 인정받고 보상과 승진의 기회를 얻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 투입되는 노동시간과 그에 따른 인건비 통제는 가장 중요한 관리 항목이 될 수밖에 없다.

인재의 잠재능력과 자발적 헌신을 끌어올려야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금까지 산출량을 늘리기 위해서 낙후된 노동 생산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대신 노동시간을 증가시키는 비교적 손쉬운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다른 각도로 보자면 기업 경영에서 가장 소중한 자산인 사람을 쉽게 소모하고 대체할 수 있는 비용 항목으로 간주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대는 이제 종언을 고하고 있다. 이제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고도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선점할 시장도 거의 남아있지 않으며 벤치마킹과 모방은 이미 중국이 우리보다 더 잘 한다. 거기에 더해 올해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됐다. 최저임금 수준 또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생태계로 비유하자면 기온의 변화가 아니라 기후 자체가 변하고 있다. 다시 말해 게임의 규칙이 바뀐 것이다. 고도성장의 논리 속에서 낮은 인건비와 긴 노동시간에 의존해 온 기업들에게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생존 자체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반면 가장 소중한 자산인 사람의 잠재능력과 자발적 헌신을 최대로 끌어내고 일하는 방법을 혁신해 나가는 기업들에게는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새로운 시대의 인재에게 요구되는 능력
이제는 기존의 해법이나 상사의 지시를 빈틈없이 수행하는 데에서 벗어나 탐색과 학습을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아가는 방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리고 이에 맞도록 일하는 방식, 소통 방식, 의사 결정 방식 등 조직 운영의 거의 모든 부분을 변화시켜야 한다. 인재에 대한 정의 또한 달라져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인재에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능력이 필수적이다. 첫 번째는' 메타인지 능력'이다. 메타인지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것을 말한다. 메타인지 능력을 갖춘 인재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어 자아 정체성이 잘 확립돼 있으며 뚜렷한 삶의 목적과 비전을 갖는다. 또한 자신의 한계와 부족함을 이해하고 이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두 번째는 '공감적 소통능력'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것은 해법을 찾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능력이 된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과 공감하며 열린 소통을 통해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학습 능력'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기존의 지식과 경험은 참고사항일 뿐, 미래 성과의 보증수표가 될 수 없다. 이제는 이미 배운 것이 아니라 배우는 능력에 의해 살아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재를 평가하는 기준도 누가 더 나은가가 아니라 누가 더 발전하고 있는가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끈기'를 들 수 있다. 끈기는 학습 능력과 함께 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실패가 중요한 학습의 과정이기 때문이 다. 실패를 용인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성장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하지만 학습능력과 끈기를 가진 사람은 실패를 통해 배우고 개선해 결국 좋은 결과를 얻어내고 만다. 결국 성과를 내는 사람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해 내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재들의 능력도 척박한 토양 위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 토양은 바로 조직문화다. 예를 들자면 위계질서가 강한 상명하복의 문화,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문화, 성장 지상주의의 문화, 단기적 재무 성과만을 중시하는 문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문화에서는 인재가 자라날 수 없다. 이렇게 왜곡된 문화의 1차적인 책임은 바로 그 조직의 리더에게 있다. 리더가 거듭나지 않고서는 조직 운영의 원칙은 바뀌지 않는 다. 조직 운영의 원칙이 바뀌지 않는다면 조직문화 또한 변화될 방법이 없다. 왜곡된 조직문화의 바탕 위에서는 인재들이 성장할 수가 없고 새로운 게임의 규칙에 적응할 방법이 없으며 결국 조직의 운명은 파국을 맞게 될 것이다. 리더들의 각성과 자기 혁신이 무엇 보다도 중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김용진 (주)디와이 대표
저자이미지

목록보기 버튼

이전글 
제4차 산업혁명은 4.0인재를 원한다
다음글 
동남아시아 3개국 인사노무관리_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 근로관계의 종료
인사관리 List 더보기 >
  • 1포괄임금제 지침에 따른 기업 임금 구조 개선 방향
  • 2애자일 조직이라면 성과평가도 애자일하게!
  • 3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에 따른 HR의 역할
  • 4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HR의 자세
  • 5일하기 좋은 혁신기업을 만드는 세일즈포스의 기업문화
  • 6HR을 골치 아프게 하는 평가자의 갑질 유형과 예방 방법
  • 7VUCA 시대의 임원선발은 무엇이 달라야할까
  • 8성공적인 기업문화를 위한 리더·변화관리자·구성원의 역할
  • 9일본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과 사례
  • 10연대임금, 세상을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