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의 새로운 패러다임: 일에서의 자유(freedom@work)
HR은 변화의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HR의 새로운 패러다임: 일에서의 자유(freedom@work)
제호 : 2019년 09월호, 등록 : 2019-09-05 09:21:26




HR은 변화의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과 파괴적 혁신이 지배하는 새로운 경쟁 환경에서 효율성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기존의 조직운영 방식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밀려오면서 충성심과 수직적 상하관계를 강조하는 전통적 고용관계는 낡은 유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수시채용, 호칭과 직급 파괴, 평가제도 폐지, 워라밸, 일하는 문화 개선, 애자일 조직 등 기존의 HR 원칙과 제도들을 흔들어 놓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옳은 것인지, 변화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HR의 전략적 사고는 한 기업의 HR제도들이 명확한 철학과 원칙을 중심으로 내적 적합성을 갖추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비즈니즈 환경에 적합한 HR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지 못한다면 HR은 제도적 유행만을 쫓다 길을 잃을 수 있다.

기업 운영 모델, 관료주의에서 파괴적 혁신으로 변화
지금까지 기업을 운영하는 지배적 모델은 관료주의Bureaucracy였다. 관료주의는 종종 형식주의나 권위주의와 혼용되어 부정적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막스 베버가 예측한 것처럼 관료주의는 효율성, 안정성, 신뢰성을 높이는 최상의 조직모델로서 20세기 자본주의 발전을 견인해왔다. 관료주의는 기본적으로는 전문화와 기술적 전문성에 비례한 권한의 배분을 강조하는 조직모델이다. 구체적으로 관료주의는 노동의 분화와 기능 전문화Functionalization, 권한의 위계Hierarchy of Authority에 의한 구조적 통제, 상사와 부하간의 비인격적 관계Interlevel Impersonality, 규칙과 룰, 공식적 절차에 의존한 규범성Normativity의 네 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호오손실험, 동기부여이론, 임파워먼트와 같은 논의들이 관료주의의 한계를 지적하기는 했지만, HR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관료주의 요소들을 정교화 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발전을 이루어왔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와 함께 관료주의는 한계에 봉착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다. 과거의 경험에 기반한 선형적 발전이 아니라 과거의 경쟁법칙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파괴적 혁신이 시장을 지배한다. 관료주의는 과거의 성공법칙을 내재화하고 이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점진적 혁신을 이끌어내는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관료주의는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을 기능영역, 위계, 공식적 룰에 얽매이도록 함으로써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방해한다. 따라서 구글, 넷플릭스와 같이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최근 관료주의 파괴를 선언하고 있다.
관료주의의 파괴는 HR이 더 이상 직원들의 감시자나 방해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신 HR은 창의성과 혁신을 촉진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 동시에 관료주의의 파괴는 무질서, 혼란, 통제력의 상실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따라서 HR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헌신과 몰입을 통해 창의성을 극대할 수 있는 새로운 고용관계를 제시해야 한다.

일에서의 자유, 조직 혁신의 전제조건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21세기 HR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일에서의 자유(freedom@work)'를 제안하고자 한다.
일에서의 자유가 필요한 이유는 직원들의 만족과 모티베이션을 넘어 개인의 자유는 조직혁신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혁신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유입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이 보유한 지식의 일차적인 원천은 사람이기 때문에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거나 직원들의 학습을 통해서만이 기업은 새로운 지식을 유입할 수 있다. 많은 연구들은 뛰어난 인재, 특히 밀레니얼 세대들은 보수나 안정성과 같은 전통적 고용관계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신 그들은 자신의 일과 경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흥미로운 일과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고용관계를 선호한다. 한마디로 그들은 회사를 다니면서도 직원이 아니라 주인 혹은 창업자가 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일에서 자유를 가질 때 그들은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고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다.

일에서의 자유 실행을 위한 방법
자유에 대한 합의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유에 대한 철학적 논의과정을 고찰해봄으로써 일에서 자유를 향유한다는 것이 어떤 상태일까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자유에 대한 가장 고전적 정의는 '외적 장애 혹은 외적 간섭의 부재'를 의미한다. 일에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차적 주체는 상사나 규정이다. 하지만 존 스튜어트 밀이 강조한 것처럼 관습이나 다수결의 원칙도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외적 장애에 해당된다. 따라서 직급, 호칭, 규정, 관행,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같은 외적 방해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일에서의 자유를 보장하는 첫 번째 단계이다. 그러나 외적 장애를 제거한다고 해서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실질적으로 자유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유를 향유하기 위해 필요한 충분한 역량, 정보, 자원이 제공돼야 한다. 다음으로 어떤 개인도 혼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자유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반성적 자기고찰이 필요하다. 즉,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의 사고와 행동에 대해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자유와 협력은 결코 상호배타적이 아니며, 상호보완적 관계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이 자유를 향유하면서도 일탈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구성원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로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관료주의 하에서는 조직목표나 위계적 명령이 이런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러한 관료주의적 통제는 일에서의 자유를 억압한다. 따라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와 헌신을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통제요소를 필요하며, 기업의 가치나 사명은 바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 모든 기업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효율성과 안정성을 강조하는 관료주의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혁신을 꿈꾸기 위해 과감하게 관료주의를 파기할 것인가? 관료주의를 파기한다면 HR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해야 한다. '일에서의 자유'는 21세기 기업과 HR이 고민해야 할 새로운 지향점이다.  




 

강성춘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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