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좋은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나의 미션" <은진기 잡플래닛 Lab 이사>
한 때 기업에서 인사 및 교육을 담당했지만, 지금은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현재 모습까지 왔을까. 그들을 통해 현업에서의 인사담당자의 역할과 향후 커리어 개발, 그리고 나아갈 길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기업에 좋은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나의 미션" <은진기 잡플래닛 Lab 이사>
제호 : 2019년 08월호, 등록 : 2019-07-23 17:34:19



한 때 기업에서 인사 및 교육을 담당했지만, 지금은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현재 모습까지 왔을까. 그들을 통해 현업에서의 인사담당자의 역할과 향후 커리어 개발, 그리고 나아갈 길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은진기 잡플래닛 Lab 이사

"기업에 좋은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나의 미션"


HR 현업 시절에는 어떤 업무를 담당했었나요?
저는 순수하게 인사만 했던 사람은 아닙니다. 유치원 시절부터 대학까지 미국과 한국을 오간 저는 한국에 돌아와서 첫 커리어가 영어강사였고, 이후에 일본계 회사 오스카 아태지역 본부에서 사내기자 및 커뮤니케이션 담당으로 활동했죠. 이후 MBA에서 인사를 전공했고, 삼성화재 경영기획팀, 인사팀 그리고 스프링프로페셔널이라는 헤드헌팅사에 근무했습니다. 삼성화재 경영기획팀 소속일 때에도 저는 HR을 하고 싶어서 계속 기회를 엿보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국내외 직원들 대상으로 영어로 강의할 사람이 필요했고 저에게 기회가 왔죠. 열심히 하다 보니 인재개발팀으로 옮겨졌고, 눈에 띄어 그룹 인력개발원으로 파견도 가게 됐습니다. 그 후 4~5년간 인력개발원의 글로벌 인재개발 파트너가 되어서 삼성그룹에 입사하는 모든 외국인 입사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즉, 글로벌 HRD가 메인이라고 볼 수 있겠죠.

안정된 대기업을 나와서 지금의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습니까.
저는 가치와 소신이 굉장히 강한 편입니다. 조직에 있으면서는 제 가치관과 상반됐던 기업문화와 조직의 일환이 되어서 저 자신을 속이면 살았던 것 같아요.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회사를 비난했던 제 처지가 언제나 안타깝고 부끄러웠습니다. 안정된 조직은 없지만 내 두 발로 홀로 설 수 있는 경험과 실력을 갖추고자 헤드헌터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6개월 동안 실적이 거의 안 났죠. 처음 1~2개월은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를 알아보는 데에 시간을 썼습니다. 저의 후보자들에게 좋지 않은 회사를 추천할 수가 없으니까요. 심지어는 오퍼를 받는 지원자에게 그 회사에 가질 말라고도 말했습니다. 채용과정에서 제 후보자의 상사가 될 분들의 좋지 않은 모습이 많이 보게 됐으니까요. 그러다보니 헤드헌터 일이 저랑 맞지 않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글쓰기와 강의라는 저의 강점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외부에서도 다양한 주제로 강의를 했고, 글로벌 기업들의 초청으로 직접 각 사를 방문해 강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헤드헌팅에서도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가는 저의 방법이 통했던 것이죠.
그러던 중 잡플래닛 황희승 대표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저의 글을 보고 제가 추구하는 가치가 잡플래닛과 일치한다며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외국계 회사, 한국 대기업 등에서 일했었으니까 스타트업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잡플래닛이 한국 기업 문화를 바꾸는 데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것 같다는 생각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현재 잡플래닛에서 하는 일은 무엇이십니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좋은 회사 만들기' 입니다. 잡플래닛에서는 기업문화에 관련된 수많은 데이터가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대상으로 서비스를 만들고,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몇 십년 동안 신입사원이 제일 가고 싶은 회사로 꼽히던 특정 기업이 갑자기 순위가 떨어져서 원인을 알고 싶다거나 기업들이 내부적으로는 하기 힘든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52시간 등의 진단 등을 서비스합니다. 또는 300만 유저가 매월 남긴 기업 리뷰를 텍스트 마이닝해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도출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컨설팅이 맞지 않거나 너무 비싸서 활용을 못하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대상으로 전반적인 HR 파트너가 되어서 Employer Branding(고용주 브랜딩), 성과평가, 기업문화, 채용 관련 HR 전반에 대해 컨설팅도 시작했습니다. 

다시 기업 인사팀으로 돌아갈 마음도 있으신가요?
저의 미션은 한국의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근무 중인 외국인 인력에게 물어보면 한국 동료들은 정말 부지런하고, 똑똑하고, 열심히 일한다고 입을 모아요. 세계 여러 국가의 다양한 사람들이랑 일을 한 경험이 많은 저도 이 의견에 100% 공감합니다. 이 뛰어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에서 나오는 노동생산성이 미국이나 유럽의 반밖에 안되고, 업무에 대한 몰입도나 만족도는 최하위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낮은 생산성의 근본적인 원인을 기업문화와 일하는 방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컨설팅을 통해서 이를 바꾸고자 하는데, 사실 한계가 있기도 합니다. 기업 문화가 바뀌는 것은 장기적인 작업인데 컨설팅은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오히려 영향력 있는 기업에서 베스트 프랙티스가 만들어지면 다른 기업들이 따라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부분에서는 현업에 대한 미련도 조금 있습니다.

현업에서 일할 때 '이건 하지 말았어야 했어'라고 생각되는 일이 있나요?
한국 대기업들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상명하복의 기업문화의 일원이 되어 '구성원들이 행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성과도 안 나는 기업문화는 꼭 바꿔가겠다!' 라는 사명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 따라서 정의롭지 못하거나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인사정책이나 인력운영에 있어서 극단적으로 의견을 표현해서 오히려 회사에게 반감을 샀던 것 같아요. 저 개인적으로도 커리어 상 더 좋은 기회를 놓친 부분들이 있어요.
당시에는 제가 어리고 현명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내가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과 안타까움에 인사팀이나 회사를 폄하하는 보고서나 발언도 많이 하고 개인 블로그에 공격적인 글을 쓰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큰 조직일수록 급격한 변화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거의 레거시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발언을 하면 오히려 반감을 일으킬 수 있는데 저는 극단적으로 행동했던 것 같아요. 변화를 원한다면 조금씩 개선이 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시도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자신의 커리어를 고민하는 인사담당자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놀랍게도 자신의 인생과 커리어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을 해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사람보다는 그냥 우연히 첫 직장에서 특정한 업무가 주어져서 지금까지 이어진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루고자 하는 목표나 꿈이 없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기 삶 그리고 커리어에 대한 본인의 선택권을 넘겨버리고 운에 맞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Why를 찾는 다는 것, 즉 삶의 '의미'나 '목적'은 어느 날 갑자기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경험과 고민을 통해 만들어 나가고 구체화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무엇을 잘 하는지, 어떠한 환경에서 일을 하는 게 가장 행복한지 등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갖도록 하십시오. 가장 소중한 본인의 인생과 커리어를 설정하는 데 투자하는 것이 영어, 운동, 자격증에 들인 시간 보다 훨씬 삶을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아닌 본인으로부터 나온 스토리, 꿈, 인생, 커리어를 만들어 가기를 기원합니다!




 
정은혜 HR Insigh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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